교회청년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나요?

2019.12.19 조회수 : 892

프로그램_크리스챤아카데미

교회와 페미니즘, 공존 가능한가?

교회 언니들의 페미 토크

2019년 12월 12일(목), 경동교회 여해문화공간

발제   교회와 페미니스트, 왜 앙숙이었는가?  | 백소영 박사(강남대, 기독교사회윤리학/비교신학)
           페미니즘으로 성서읽기 | 이은애 박사(이화여대, 성서신학)
           기독교 여성교육: 은밀하고 구조적인  | 이주아 박사(이화여대, 기독교교육학)
           교회와 페미니즘: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 김희선 박사(이화여대, 기독교상담학)

교회와 페미니즘이 공존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은 페미니즘의 영역이 다각화·첨예화 되는 오늘날 교계와 여성주의 운동에 주어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여성운동 발전사에 큰 영향을 끼친 크리스챤아카데미와 서울YWCA는 교회 내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나누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교회 언니들의 FEMI-TALK: 교회와 페미니즘 공존가능한가?'포럼을 개최했다.

12월 12일 장충동 경동교회 여해문화공간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교회와 페미니즘은 공존가능한가?'라는 주제를 실천적·구체적 의제로 발전시키는데 관심을 가졌다. 분야별로 백소영 강남대 교수(사회윤리학), 이은애 이화여대 교수(성서학), 이주아 이화여대 교수(기독교교육학), 김희선 이화여대 교수(기독교상담학)가 발제를 맡았다. 이들은 최근 서울YWCA가 진행한 토크쇼 '언니들의 페미니즘'의 패널을 맡아 교회 내 페미니즘 담론과 관련해 의미있는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백소영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지향점이 하나로 만날 가능성"

백소영 박사는 '기독교와 페미니스트, 왜 앙숙이었나' 라는 제목의 여는 발제를 통해 한국 교회가 페미니즘에 적대감을 가지는 계보학적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백 박사에 따르면 서구발 근현대 사회의 온건한 가부장제 가정, 여성 담론의 정신적 기초를 제공한 것이 개신교 윤리였다. 이 질서가 해체되고 있는 후기-근대 사회를 직면하며 위기감을 가진 개신교 우파 운동이, 자신들이 만든 세계관을 “바른”(우) 가치로 천명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적개심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백 박사는 그러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해방의 복음인 성서를 여성의 눈으로 읽는 페미니스트의 시각과 담론은 오히려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 담론 안에 포섭될 수 있는 세속 페미니즘과의 대화 속에서 상보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시대적 제한성과 특수 주체들의 왜곡된 편견 속에 갇혀 있는 성서의 진리를 찾아내는 작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애 "여성의 관점에서 성서 다시 읽기"

이은애 박사는 '페미니즘으로 성서 읽기'를 시도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종교적 권위로 기독교 신앙의 잣대의 역할을 하는 성서는, 한편으로 여성에게 희망과 해방의 힘을 부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억압하고 무시해왔으며 학대의 상황에 놓이게 하는 정당성의 근거로 사용돼왔다. 

이 박사는 "성서는 성적인 구분을 넘어 전체 인류를 향한 해방과 구원의 말씀이기 때문에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위해 성서를 재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여성주의적 성서읽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여성주의 관점의 성서읽기는 남성 중심적인 관점을 파악하고 비판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소외되고 축소된 여성의 긍정적 모습을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여성 해방의 본문으로 읽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성서에서 여성 차별과 혐오를 가져온 부분들을 여성의 특수한 '상황', 즉 억압·차별·소외·희생·슬픔·폭력 등의 경험과 관점에 다시 읽고 새롭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박사는 한국적 상황 안에서 한국 여성 또한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상황과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새로운 성서 읽기를 시도해야 하며, 단순한 해석의 차원을 넘어 교회와 사회의 의식적,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천적이고 해방적인 성서읽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주아 "은밀하고 구조적인 기독교 여성 교육"

이주아 박사는 기독교교육에서 여성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교육학자 엘리어트 아이즈너(ELLIOT W. EISNER)의 교육 개념(명시적 커리큘럼explicit curriculum, 내재적 커리큘럼implicit curriculum, 영 커리큘럼null curriculum)을 통해 분석했다.

'명시적 교육'은 여성차별적인 성서 해석에 기반한 설교 등을 통해 교회 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잠재적(내재적) 교육'은 여성들이 교회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직책,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신체적이고 언어적인 통제를 통해 이뤄진다. 그것은 명시적 교육보다 더 큰 학습 효과를 생산한다. 실제로 교육 과정 전체에 파고들어 지적이고 사회적인 덕목들을 가르치고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이 같은 '잠재적 교육'이 "지배 문화와 가치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새롭게 인식되고 교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의 교육과정'은 특히 가장 치명적이다. '영의 교육과정'이란 '무엇을 가르치지 않느냐'하는 교육의 측면을 말하는데, 말하자면 교육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홀히 취급된 내용에 대한 무지로 단순하고 편협한 사고를 하게 될 위험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독교 역사 속의 여성 지도자, 성서 속 여성들의 역할이 배제되는 교육은 학습자가 단순히 가치중립적인 공백상태가 아니라 선택의 범위와 가능성, 상황이나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관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희선 "교회 여성들에게 말 거는 '교회 친화적 여성신학'"

김희선 박사는 교회 내 성차별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이런 교회의 현실에 더욱 잘 대처하기 위해 성서속의 이야기들을 ‘아는 것의 힘’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성서 속 목소리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 예로 와스디 왕후, 롯의 아내, 그리고 마르다와 같은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면서 '교회 친화적(Church friendly) 여성신학'이란 용어를 제안했다. 페미니즘 혹은 여성신학이라는 말로 위화감을 주는 대신 교회 내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말 걸기 위한 제안이다.

김 박사는 심리치료기법 중 하나인 “이야기 치료”의 정의를 소개하면서 지나간 이야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미래의 여정으로 교회와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참석자와 패널의 자유대화 시간에는 많은 참가자가 포럼의 주제에 공감하며 각각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회와 여성, 여성신학의 갈등을 공유했다.

크리스챤아카데미는 현장에서 나눈 구체적 의제와 지향을 중심으로 연속적인 포럼을 개최하고, 교회와 페미니즘 간의 대화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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