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카톨릭뉴스 지금여기>우주의 아주 특별한 별, 지구의 2016년(2016.1.29)

우주의 아주 특별한 별, 지구의 2016년

[책장을 넘어 세상으로 9] “그리스도교의 아주 큰 전환”, 프리초프 카프라, D. 슈타인들-라스트, 토머스 매터스 지음, 김재희 옮김, 사이너머 총서 3, 대화문화아카데미, 2014

 

 
 
             

지난번 기고문에서는 현대의 문을 연 철학자 니체의 안티크리스트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 갔다. 역사의 시계에서 시간의 한 조각을 현대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면, 오늘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시간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현대의 중심을 꿰뚫고 들어온 포스트모던의 물결은 현대적 명민함과 추진력을 휩쓸고 갔으니, 그렇게 현대는 찰나의 급물살을 타고 흘러가 버린 것일까. 2016년의 첫 한 달을 지내면서 매일의 시간을 맛보다 보니, 오늘의 시점은 현대 이후, 혹은 21세기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현대를 떠나온 지금의 위치를 표현하는 이 개념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감각을 온전히 담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오늘 소개하는 사건은 삼십 년 전인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엘름우드 연구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시작된다.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비판적 질문’이란 주제 아래 모인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양상에 관해 발표했는데, 흥미롭게도 신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비슷한 성격의 진전이 진행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두 명의 베네딕도회 소속의 신학자와 한 명의 물리학자는 그들의 대화를 계속했고, 그 이야기가 1991년 대담집으로 출판되었다. 그들은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등 많은 책을 쓰고 신과학운동을 이끌고 있는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 땅을 가꾸며 명상시를 쓰는 오스트리아 베네딕도회의 다비드 슈타인들-라스트 신부, 힌두교와 불교등 동서양의 종교전통에 관해 깊이 있는 해석을 하는 가말돌리회의 토머스 매터스 신부다. 물리학자와 땅을 일구며 시를 쓰는 수도자가 어떻게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을까? 그들이 공유한 인식의 내용은 무엇일까?

책의 원제목 “Belonging to the Universe”는 ‘우주에 속한다’는 뜻이다.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시대의 흐름 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신학과 과학의 목표, 의미, 방법에 관해 해명하고, 진행되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성격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서 분석한 뒤, 이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유방식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서 성찰했다. 부록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상징인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유럽의회에서 행한 연설문을 실었다.

“패러다임(Paradigm)”은 과학사학자이며 철학자인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으로,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한다. 시대정신과 그 시대의 사고방식, 생활유형 등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겠다. 토머스 쿤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론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과학혁명의 단적인 예로 제시하고, 이러한 과학 이론의 변화는 어느 한 이론이 그르고 다른 한 이론은 옳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가 갖는 신념과 가치체계가 변화한 것이며, 문제 해결 방법이 달라진 것이라 파악한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현대의 표준 모형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일 뿐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참고:https://ko.wikipedia.org/wiki/%ED%8C%A8%EB%9F%AC%EB%8B%A4%EC%9E%84

오늘날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개념은 과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지배적 모델이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예외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모델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대와 현대 이후를 나눌 수 있는 것 역시 현대사회의 성격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리학자, 그리스도교 신학자, 영성가가 공감하는 현대 이후로 전환되는 패러다임의 다섯 변화는 무엇인가?

1. 부분에서 전체로의 패러다임 전환
근대 과학과 신학은 부분의 합으로 전체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진리의 역동성을 밝히기 위해서 부분은 전체 안에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한다. 즉, 신은 진리를 계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곧 신의 자기 계시로 드러나는 것을 인식한다.
2. 구조에서 과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기본 구조 안에서 역학관계의 과정이 발생하는 것이 근대 과학의 이해방식이었다면, 과정의 역동성 안에서 구조와 역사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3. 객관적 학문에서 인식론적 학문으로의 전환
학문을 하는 주체를 고려하지 않는 객관적 진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에서, 인식론의 관점에서 과학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비관념적 방식을 포함해서 신학하는 주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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