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5년단임 대통령제 바꿔야 … 대안은 내각제”(2015.12.2)
정·관계 원로 인사들이 5년 임기의 단임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과 대화문화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한 ‘잃어버린 개혁을 찾아서’란 제목의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엔 이홍구 전 국무총리,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격려사를 통해 “내년이면 민주화 체제 30년을 맞이하는데 87년 (헌법)체제가 괜찮은지 의견을 나눠볼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발제에 나서 “선거에 의한 권력 교체 등 제도적 체제에서의 한국 민주주의는 상당히 공고화됐다”며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5년 임기의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시아(구세주)는 없고 만들어질 수도 없다. 혼자 할 수 없으면 집단이 힘을 합치는 게 바람직한데 대안은 ‘내각제’”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기존의 양당 구조를 자극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2차 결선투표제를 둬야 한다”며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길 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테니 그러면 3당, 4당이 연합하는 연립정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엔 동의했다. 남 전 장관은 “전체 국회의원 숫자의 3분의 1까지 비례대표로 늘리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를 위해선 좋을 것”이라며 “그래야만 다당제 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30여 년간 대통령을 뽑아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봤기 때문에 이제 제도상으로 변화를 가져올 시기가 된 것 같다”고 개헌에 동의했다. 단 “개헌은 말로 해결되지는 않고 국민 의식이 깨어서 정부를 향하거나 정치권을 압박하기 전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부영 전 의장은 “개헌은 시민사회와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공식적인 기구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