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경향신문> 강원용목사, 김수환추기경, 법정스님-이웃종교와 소통한 (2010.6.3)

ㆍ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학술대회… 3인의 대화·협력의 발자취 조명

“다른 종교와 어떻게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우선 겸손한 태도를 갖고 많이 배워야 한다. 많이 배움으로써 신앙의 성숙한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다른 종교인들의 신앙을 배운다고 우리 신앙이 없어진다면, 그 정도의 신앙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자기 신앙이 있다면 그 신앙의 그릇에 다른 사람의 신앙을 담아내야 한다.”(강원용 목사)

“전체적으로 볼 때 유교는 인본적·자력적·상향적·현재적 성향이 강한 반면 그리스도교는 신본적·타력적·하향적·미래적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 두 특성은 인간의 양면적 성향으로 양자택일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천주교와 유교) 양교의 조화적 대화는 각자의 자아쇄신과 성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인류의 정신적·영성적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하고 필요하다.”(김수환 추기경)

“종교 간의 벽이 허물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가 있어야 된다. 대화가 있기 위해서는 독단적인 울타리를 넘어서 모든 종교가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윤리인 공동선을 가지면 용해가 된다.”(법정 스님)

한국 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강원용 목사,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왼쪽부터)은 종교간 대화와 만남을 강조했다.

개신교의 강원용 목사(1917~2006),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1922~2009), 불교의 법정 스님(1932~2010).

종교라는 틀을 뛰어넘어 한국 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큰어른들이다. 신앙의 대상이나 믿음의 형태 등 성직자로서 걸어가는 길은 달랐지만 사랑과 자비, 진리를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에서는 기꺼이 소통했다. 이들은 만남과 대화, 소통을 통해 종교 간 벽을 허물어 평화를 실현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고통을 나누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등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3일 오후 연세대 백양관에서 ‘세 명의 거인들이 바라본 이웃종교의 같음과 다름’이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어 강 목사와 김 추기경, 법정 스님의 이웃 종교관을 살펴봤다. 이번 학술대회는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각각의 종교들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정하며, 소통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확인하는 귀한 자리였다.

강원용 목사의 이웃종교관을 주제 발표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담임목사)는 이웃종교에 대한 강 목사의 신학적 사고, 생전에 발표한 책이나 관련 발언 등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강 목사는 한국 땅에서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을 주창하고 이끈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박 목사는 “강 목사의 이웃종교관에는 담론 측면과 담론을 넘어선 삶으로서의 실천 측면이 공존한다”며 “그는 모두에게 스스로의 신앙에 대한 ‘정체성’을 고수하면서도 (인류 공동선인) ‘사회성’의 공동과제를 끊임없이 주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크게 보고 대화와 협력운동을 몸으로, 고백으로 이끌어 왔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종교 간 평화의 전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기독교(종교)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실천되도록 해야 하는 과제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이웃종교관 분석은 변진흥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부소장이 맡았다. 변 부소장은 김 추기경의 이웃종교관 기저에는 “‘교회를 위한 사회’에서 ‘사회를 위한 교회’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1960년대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쇄신’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변 부소장은 “그는 이웃종교인들의 개인적 신앙생활과 그들의 종교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고 사회정의 구현, 도덕심 함양, 세계 평화 실현 같은 공동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종교 간 대화의 의의임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변 부소장은 “그의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같음’과 ‘다름’을 따로 떼지 않고 서로의 완성을 위한 상보적 관계로 파악하는 통합적 사고에 근거하고 있다”며 “이런 통합적 사고는 오늘의 종교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법정 스님의 이웃종교관을 분석한 현장 스님(티베트박물관장)은 법정 스님과 타 종교인들의 교류관계, 서울 길상사에 있는 ‘마리아 관음보살상’에 얽힌 이야기, 명동성당 등에서의 강연 등을 소개하며 “종교 교류의 모범을 보인 법정 스님”의 면모를 발표했다. 현장 스님은 “법정스님은 불교라는 틀, 수행자라는 상에 매이지 않았다”며 “이웃종교, 이웃종교인을 대할 때도 다른 종교라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 코드가 맞으면 깊은 우정과 가족적인 정을 나눴다”고 밝혔다. 현장 스님은 이어 “그는 불교는 기독교에서 종교의 사회활동 방식을 배우고, 기독교는 불교에서 한국의 문화전통과 명상전통을 배우면서 자신의 영역을 풍성하게 하고 심화시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