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63 - 강원용 목사님과 함께
"UN 세계종교지도자정상회담 참석차 뉴욕 방문, 새천년 첫 유엔총회 새천년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모임으로 UN총회가 생긴 이래 역사상 최초 2,000 여명 참석. 국제자문단 International Adviser Board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가.
종교 간의 대화 : 우리나라 65년부터 시작되었고, 세계적으로는 1970년 세계종교인평화회의가 열렸으며, 기독교도 WCC 세계기독교협의회가 1970년부터 대화국을 설치했다. 모든 종교가 종교로서 가지고 있는 관심사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를 통해, 한국에서는 남북평화, 환경문제,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문제, 사회악에 대한 문제 등을 여러 종교들이 함께 힘을 합쳐 고민하고 해결해나간다는데 의미가 있다.
21세기의 종교의 역할 : 21세기의 종교는 열린 종교와 닫힌 종교로 나뉘어지며, 21세기에 지구가 한 마을이 되어가는 이 때 닫힌 종교는 역기능을 한다. 최근 심각한 문제가 영성, 즉 스피리츄얼리티의 고갈인데, 이 영성의 보급을 종교가 담당하여야 한다. 전쟁을 일으켜온 닫힌 종교들도 있지만, 한국의 종교들은 대립은 있지만 전쟁을 겪지는 않았으며, 종교 간의 협력으로 1919년 3.1 독립운동을 이룬 역사도 가지고 있으므로 평화애호민족으로써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소회 : 전형적인 이산가족으로 현재 88세의 누님이 이북에 살아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55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자 울고 얼굴 비비고 업어주고 하는 것을 보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애정이라고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나 체제가 가로막아두는 힘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세계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시나리오를 쓴 사람도 연출을 한 사람도 없는 휴먼드라마였다.
통일 논의의 방향성 : 현재 대통령 직속 통일문제 자문회의의 의장이고, 평화포럼이라는 것을 새로이 조직하려고 하는데, 남북 간의 문제라는 것은 위기라는 말이 보여주듯 한쪽은 위험한 반면에 한쪽은 기회를 보여준다. 서서히 만남의 기회가 열리니 이전보다 더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다. 우리 민족이 5년 안에 세계의 중심역할을 할 위치가 되는가 아닌가가 결정되는 시간에 있다고 본다. 정상회담하고 나서 다시 남북이 다투면 세계에서 버림을 받고, 국민들도 실망을 해버리게 되고, 이후에는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대만큼 쉬운 일은 아니니 어려운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해 가고 후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북갈등의 해결점 : 물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잘 해결되어야 하지만, 민족의 마음의 통일, 한동포로서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통일이 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 일, 러, 중의 국제관계이다. 이들에 의해 한국전쟁이 초래되었다고도 볼 수 있고, 실익에 의해서 움직일 대상이므로 힘의 논리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남북 문제 중 군비축소도 강국의 이익과도 직결되므로 인내를 가지고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선교에 대한 관심 확대 : 기독교 선교를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선교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스도와 하나을 믿게 하는 것이 선교라면, 그들이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 그리스도가 그들의 고통을 함께한다는 것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은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이므로, 신학적이고 성서적으로 볼 때, 무리하게 전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다.
동북아 평화에 있어 한국의 역할 : 21세기가 전쟁으로 나아가면, 지구에는 생명이 없어지며 지구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21세기를 앞두고 지구상의 전쟁을 고려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이다. 동북아시아가 평화를 만드는 지역이 되려면, 대륙권과 해양권의 힘의 대결구도에서 북과 남이 이들의 앞잡이로 평화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평화 애호국으로써 자주적으로 통일을 하게 되면 평화의 다리가 될 수 있다. 대륙과 해양의 문화 집결지였던 한국이 유수한 문화유산과 이를 창조해낸 장인 정신으로 우리 문화를 아끼고 세계에 소개해 나가야 하며, 우리 종교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생태계문제, 여성문제와 영성문제 : 인류의 역사에서 여신은 하나님에 가까운 존재였는데, 수렵시대부터 물리적인 힘이 가정, 사회, 국가, 국제관계를 지배해왔다. 참된 인간다운 사회가 되려면 성차별이 해소되어야 하며, 굴뚝문명의 시대에서 21세기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문화 자체가 성차별이 없어지는 시대로 진입한다.
언론의 역할 : 뉴욕에 56년 전에 와서 공부할 때, 캐나다의 마클루에니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는데, ‘이제부터의 세상에 과거에는 사회를 다스리는 것이 왕이었는데 이제부터 세상은 방송, 신문 등 5-king이 지배하는 시대가 된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이 매스콤이고, 전파문화이므로 의식을 바꾸고 하려면, 방송이 바로 되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상업적인 방송시스템이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티브이 수천만대 시대에 수많은 채널이 소낙비 쏟아지듯이 전파를 타는 이 시대에 도덕적인 문제, 정신적 허약, 깊이 사고하지 못하는 의식적인 부분에 있어서 방송의 역할은 크며 사회개혁적인 의미를 갖는다고도 할 수 있다.
교포사회에 있어 교회의 사회적 의미 : 56년전 뉴욕에는 조그마한 한국교회 하나밖에 없어 교인이 아니어도 한국인끼리 만나기 위해 모이곤 했다. 성경에 따르면 기독교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이는 것, 즉 이클리시아, 예배 후에는 사회속으로 흩어지는 것, 디아스포라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한국 교회가 하나님, 예수님, 성령을 만나기 위한 공간으로 교회를 설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감옥소를 만드는 것과 같은 큰 문제이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교회와 교인들에게서 보이는 다행스러운 점은 95년부터 이북 동포 돕는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으로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이북 돕기가 공산주의 돕기라며 거부하고, 타종교와 함께 하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하여 비난했던 보수파 교회들이 열린 교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은 너희를 다 주어버렸다. 태양, 공기, 물, 마지막 남은 외아들 까지 주어버렸는데”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감사하면서 이를 갚는 마음을 가지고 사랑에 응답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익집단이 아닌 열린 교회로 하나님의 자녀를 위해 힘쓰는 공동체가 되면 한국교회나 미국의 한인 교회가 사회를 구원하는 중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근황 : 지난 5월로 모든 직책을 내놓았지만, 무사분주라는 말이 있듯 여전히 분주하게 살고 있다. 현재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떻게 남북을 평화적으로 통일시키는가 하는 문제이다. 또한, 현재 40만명 쯤 되는 외국인 노동자가 사람대우를 받고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문제부터, 엉터리로 쓴 글과 강연록을 정리하는 일까지 바쁘게 하고 있다.
남기고 싶은 말씀 : 요한 1서 4장 8절에 “하나님은 곧 사랑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인 우주 전체를 사랑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초점으로부터 보는 것이 최근의 생각이다. 70년대는 인간에 관심이 있었는데 90년대에는 생명에 관심을 두는데, 특히 유일성, 유일회성을 가진 생명이니 나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찾아 거기에 내 존재를 바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