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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리뷰] 2012년 한국 정치 그리고 교회

2012년 한국 정치 그리고 교회 2012. 10.11(목)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는 자기 제한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대한민국 헌법 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정교분리 원칙은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헌법상 천명하는 원칙이다. 그러나 이것이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치활동을 할 수 있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은 개신교 신앙을 전면에 앞세우고 기독자유민주당을 만들어 3명의 지역구 후보까지 내며 총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1.3% 의 득표율을 올리는데 그쳐 정당등록이 취소되었다. 전 인구의 약 20%가 개신교라고 하는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기독교당이 받은 초라한 성적표다. 이것은 대부분의 개신교인들이 정치적 무관심을 포함하여 다른 방식의 정치참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의 바람직한 정치참여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안고 여해포럼-“2012년 한국정치 그리고 교회”를 지난 10월 11일 개최하였다.

이날 모임의 발제를 맡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와 이원규 교수(감신대)의 발제는 교회사 전공자와 종교사회학 전공자의 방법론적 차이뿐만 아니라 발제문에서 드러난 각 발제자의 주장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다종교사회와 한국기독교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 박명수 교수는 정교분리와 다종교에 대한 관용이라는 원칙하에서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기독교가 역차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독교인의 종교적 자유가 훼손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한편, 이원규 교수는 “한국교회의 정치참여의 현실과 과제”를 통하여 종교가 다양한 형태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한국교회가 정치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그 참여는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견제하고 또 때로는 돕는 방식이어야 하다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교회의 정치운동은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이라 매우 바쁜 일정 중에도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과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하여 기독교인 정치인으로서의 교회와 정치 관계에 대한 자신들의 이해와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하였다. 새누리당 기독인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기현 의원은 정치영역에서 기독교 정치문화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아 개인 신앙과 정치인으로서의 행동사이에 구체적 연관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기독교적 정책개발과 성공한 기독정치인 모델을 만들기 위하여 기독정치인들간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어 주일학교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 정세균 의원은 “한국 정치인들이야말로 정교분리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완전히 분리되어 기독교인으로서의 종교적 신념이 정치활동에 전혀 의미있는 연관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하는 자성과 지적이다.

세 번째 논평자인 김홍우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정치철학자답게 그가 생각하는 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라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하였다.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삼아 조작하고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을 자라게 하여 펼치도록 하는 것이 정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시민이 된다고 하는 것은 “한계성을 인식(sense of limitedness)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시민적 공동체 안에서 무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규범을 준수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자기절제를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전체 참석자 토론에서도 김홍우 교수가 제기한 ‘정치의 의미’와 ‘한계성의 인식’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먼저 원우현 교수(고려대 명예교수)는 특히 정치인들이야 말로 스스로 한계성을 인식하며 정치에 임해야 부패하지 않을 것이며, 그래야 십자가를 짊어진 기독교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신익상 목사(금호교회)는 “결국 한계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책임을 갖는 것이다. 교회가 사회에 책임을 다할 때 정치권에 대하여 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하였고, 유경재 목사(안동교회)는 “I am because we are”라는 공동체적 사유가 정치를 생각할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하였다.

이번 여해 포럼은 이른바 정치 사회문제에 대하여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기독교인들과 진보적 입장의 기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토론과정에서 표출된 다소의 입장 차이는 오히려 의미 있는 만남의 계기로 이해되었으며, 정치참여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기독교인들 역시 한국사회의 시민으로서 정치문제에 올바른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