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운동은 옛날 희랍의 철학자들이 아테네 교외 아카데모스의 숲속에서 대화하며 진리를 탐구하던 정신을 현대의 정황 속에서 살려보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독일의 에버하르트 뮬러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조국에 돌아와 절망적 혼란을 겪으며 병든 독일의 정신적 바탕을 대화를 통한 협조의 정신으로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카데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주요 도시에 아카데미 하우스를 세우고 매년 5만 명 이상의 독일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을 모아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며, 이것은 서독 부흥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재단법인 여해와 함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한 대결구도를 지양하고 대화운동을 통해 민주화와 인간화에 기여하고자 1959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회’라는 작은 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해 강원용 목사가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의 교회가 사회를 위한 일에 공헌해야 한다는 꿈을 품으며 만든, 광범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아직 독일의 아카데미 운동이 국내에 소개되기 전이었습니다.
이후 1962년 독일 아카데미 운동의 창시자 에버하르트 뮬러 박사와 재단 설립자인 한국의 강원용 목사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1965년 5월 7일 한국크리스챤아카데미가 정식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아카데미 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땅에서 최초의 ‘대화’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아카데미 운동은 외국의 문화를 그대로 이식해오기 보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한국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운동은 대화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이뤄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며 실천입니다.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구·대화·교육·출판 등의 방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찾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아카데미 운동은 ‘대화의 모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기 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쟁점이 되는 이슈를 내걸고 해당 분야의 인사들을 초청, 대화를 나눔으로써 분열과 대립의 원인을 찾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왔습니다.
아카데미 운동의 사상적 배경에는 △그리스도의 화육(化肉)사상 △공생체(共生體)적 새문화 창조 △대화의 전통과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학적 배경을 갖지만 특정 종교에 얽매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아카데미 운동은 근대화, 인간화, 양극화, 정치화와 민주화, 중간집단 육성, 민주문화공동체 형성 등 한국 사회의 긴급한 현실과 함께 해왔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오래간만에 명랑한 얼굴을 하고 담소하는 지성인들을 보았을 때 망명처에서 푸욱 숨을 내쉬는 자유인들을 상상했다.”
- 이어령
“이 집이 한국의 정신적인 바탕에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 집이 전 세계를 연결하는 장소가 되기를 또한 더불어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이 오늘의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개척자의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 에버하르트 뮬러 1966. 11.16 아카데미 하우스 준공식 축사 중
“저는 이 나라가 소중한 것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는데 다름 아닌 아카데미 대화 운동이 그것입니다.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사람 또는 집단이 함께 모이는 곳이 이곳입니다.”
-리하르트 폰 바이제커 1991.2.27 독일 대통령 아카데미 내방 연설문 중에서
“아카데미 운동은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와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대화의 주제를 정하고 참가자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대화의 기술을 개발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대화의 예술이 습득되고 또 전시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형규 1970.9.30 월간 「대화」 제6호 중
“말하는 존재로서의 사람은 홀로 독백하는 존재가 아니고 대화하는 존재다. 말이 창조의 능력을 가진 것도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언어는 대화요, 대화는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해 하나를 만드는 힘을 가진다.”
-강원용 1978 「제3지대의 증언」 중
“한국 아카데미 운동 30년사를 수놓은 ‘파로르(parole, 말)’, 즉 근대화, 인간화, 양극화, 중간집단, 의식화, 교회갱신, 종교간의 대화, 생명공동체 등은 그 시대 우리들의 아픔과 과제를 결정시킨 어휘들이다. 이 말들을 이어가면 그대로 한국 현대 사상사가 쓰여지리라 본다.”
-지명관 1994.4.1 계간 「대화」 창간 모임에서